300년 역사를 지닌 대한민국 최장 명창가 가주 진례의 장례식. 그녀의 딸이자 오늘날 최고의 명창이라 불리우는 소리청의 대모 채선과 가문의 명맥과 어긋난 꿈을 꾸는 손녀 소련이 각자 다른 한을 간직한 채로 서로 다른 노랫가락을 읊조린다. 집 안에 들어서면 모녀를 감시하듯 줄지어 노려보고 있는 역대 선대 명창들의 영정. 그런 영정 속 선대들을 등에 이고 근본이란 이름의 영광을 누리는 엄마 채선, 저런 영정 속 선대들을 마주하고 대적하는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후대 소련. 영정 속 선대들은 후대의 자유를 앗아 간 적인가, 그들의 영광을 이룩한 아군인가. 근본이란 이름하에 그릇 된 소녀에게 저항하는 그릇된 소녀의 이야기.